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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천사 - 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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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6.24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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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방수현씨 가족
어려움을 넘어

바르셀로나올림픽이 끝난 다음부터 수현은 갑자기 주목받는 선수가 되었고, 수현 자신도 최고가 되기 위해 수산티를 반드시 뛰어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수산티를 거울로 삼아, 늘 ‘이럴 때 수산티라면’이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다.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동과 물리치료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훈련이 끝난 뒤에는 비디오를 보며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단점도 보완해나갔다. 그리고 저녁 9시만 되면 칼같이 잠드는 생활을 이어가며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과 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한 훈련에 집중했다.
허리 부상이 자꾸 무릎, 발목으로 내려왔다.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무릎이 아플 때도 훈련을 쉬지 못했다. 그때마다 수산티를 떠올리며 이겨냈다. 수산티를 통해 수현은 정신적으로 많이 단련이 됐고 그녀를 목표로 한 수현의 일상은 점차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코트의 여우’ 수산티에게도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92년 올림픽이 끝난 후부터 수산티의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다. 반면 더욱 훈련에 박차를 가한 수현은 체력도 서서히 좋아지고 승부에 대한 근성도 강해졌다.
[좌]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방수현씨 [우]모처럼 미국인 친구집에 초대를 받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92년 11월 홍콩오픈. 결승경기에서 수현은 처음으로 수산티를 이겼다. 그리고 다음해 1월 코리아오픈에서도 그 기세를 몰아 우승을 거두었다. 물론 이 두 번의 승리 후에도 아직은 수현이 지는 일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 경기들을 통해 수현은 수산티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수현은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씩 남자선수들과 실전훈련을 했다. 수산티와의 경기에선 스피디한 공격과 체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목표의식이 강해서일까 남자선수들과의 고된 훈련에서도 수현은 전혀 힘든 줄을 몰랐다. 94년. 수현은 철저한 훈련과 대비로 경기에 임했지만 또 수산티에게 지고 말았다. 그런데 수현과 게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던 일본의 미즈이 히사코가 수산티를 이기는 이변이 일어났다. 수현은 그 게임을 통해 수산티도 공격을 못하고 계속 수비만 하게 되면 흐트러진다는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격할 틈이 없도록 먼저 쉴 새 없이 공격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이제는 서두르지 말고 체력 안배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흔들림 없고 완벽하게 보였던 수산티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리고 96년 3월 전영오픈에서 수산티를 다시 만난 수현은 ‘지더라도 쉽게 지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고, 게임스코어 2-1로 수산티를 이겨 비로소 승리의 미소를 짓게 되었다.
수현의 승부욕을 부채질하고, 수현을 정신적으로 강하게 단련시켜준 수지 수산티. 그리고 시합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숙된 면모를 보여주었던 그녀. 어쩌면 수산티는 수현이 넘어서야 할 숙적이 수산티가 아니라, 수현 자신이라는 것을 깨우쳐 준 인생의 스승일지도 모른다.
[좌]미국의 친구들과 함께한 방수현씨 [우]퍼즐게임을 즐겨하는 하랑이


‘큰 대회 징크스’

91년 세계선수권대회 때. 수현은 훈련 도중 허벅지 근육 파열상을 당했다. 다리를 못 움직일 정도로 심한 부상이었고, 치료도 오래 받아야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의 중요한 잣대가 되기에 기권을 할 수 없어 아픔을 참고 뛰었다. 그러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신문에는 ‘방수현이 나태해졌다’, ‘한국의 단식이 위태롭다’ 등의 기사뿐이었다. 수현의 마음은 자신의 진실이 그렇게 함부로 왜곡되고 매도당했다는 사실에 서러움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 큰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는 소위 ‘큰 대회 징크스’라는 것이 수현을 따라다녔다.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두고는 발목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고, 94년 코리아오픈때는 발바닥의 굳은살을 깎다가 칼이 부러져 그 칼이 허벅지살로 파고들어 허벅지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매번 그런 식이었다. 특히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수현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그런 고통을 더 자주 감당해야 했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면 허리가 아프고, 그것도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부상을 당하거나 모처럼 컨디션이 좋은 것 같으면 미처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몸에 상처를 내고. 오죽하면 배드민턴 관련 기자들은 수현이 아프다고 하면 아예 꾀병쯤으로 여기는 눈치였다. 일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치러지는 빡빡한 경기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육체적 ․ 정신적으로 부담이 굉장히 크다. 수십 시간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 도착하면 시차 적응을 하는 데 적어도 2일이 필요하다. 익숙해질 만하면 시합, 다시이동, 시합, 이동, 시합. 보통 세 나라쯤에서 이렇게 시합을 치르고 귀국하는데, 쉬지도 못한 채 바로 선수촌으로 돌아가서 고된 훈련을 시작한다. 선수들은 이렇게 국내 ․ 외를 오가는 불규칙한 생활에 피로가 누적되고, 그렇기에 면역성도 일반인에 비해 오히려 더 떨어지게 된다. 조금만 아프면 ‘체력관리를 못한다’, ‘운동선수로서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건 속상한 일이다. 운동선수는 단지 직업이 다를 뿐, 보통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다음호에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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