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데일리
최종편집 : 2022.9.29 목 09:35
3(이전)
셔틀콕천사 - 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선수
배드민턴데일리  |  webmaster@badmintondaily.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4.05.14  22:13: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수지 수산티와의 만남

1987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64강전에서 수현은 그녀의 숙적 수지 수산티를 처음 만났다. 경기장에 선 수산티는 작고 가녀린 열여섯 소녀가 아니었다. 키는 수현보다 작았지만 경기장을 압도하는 완벽함과 당당한 눈빛의 수산티는 첫 만남에서부터 수현을 긴장시켰다. 수현은 수산티와의 첫 경기에서 비슷비슷하게 시합을 풀어나갔지만 결국은 보기 좋게 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수현은 정말 오랫동안 ‘수산티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 시합을 해보면 수산티가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 않아 늘 비슷비슷하게 경기를 끌고 나가지만, 이상하게도 수현은 시합을 이길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수현에게 수산티는 ‘별로 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게임이 풀리지 않는 상대’였다. 수산티는 스트로크, 체력, 정신력, 노련미까지 갖춘 타고난 선수다. 그녀는 몸도 빠르면서 체력 소모가 덜 되게 뛴다. 그 대회에서 수산티는 단식, 복식, 혼합복식을 모두 휩쓸었고 그 다음해 경기의 8강전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수현은 수산티를 꺾지 못했다.
87년 첫 만남 이후 5년여 동안 수현은 단 한번도 수산티를 꺾지 못했다. 64강에서 만나면 64강, 8강에서 만나면 8강, 결승에서 만나면 결승에서 번번이 수산티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거듭된 패배 때문에 소위 ‘수산티 콤플렉스’라는 것이 늘 수현의 뒤를 따랐다. 배드민턴 경기에서 4강까지 올라가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일단 4강까지 올라간 뒤에는 선수들의 실력이 엇비슷하다보니 정신력이 경기의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수현은 세계의 어떤 선수를 만나서도 자신이 있었다. 상대방의 전적을 미리 파악하여 상대의 약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공략하면 승산이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수산티에게만은 좀처럼 이길만한 자세도, 자신감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콤플렉스일까. 약점이 보이지 않으니 전략도 세워지지 않았다. 수산티는 수현이 아무리 경기분석을 해봐도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그런 선수다. 볼이 들어오는 코스가 날카롭지는 않지만 너무 정확하다. 그리고 힘든 표정, 흔들리는 표정을 절대 보이지 않는 것이 상대방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 조급하게 공을 받아치다가 보면 어느새 곧 지쳐버린다. 수산티를 이기기 위해서는 몸이 늦게 풀리는 수산티가 제 컨디션을 잡기 전에 수현이 빠르고 공격적인 스매싱을 구사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남자 선수에 버금가는 체력과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현의 체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시합도 하기 전에 이미 심리적으로 기가 꺾이고 들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수산티가 수현을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수현 자신이 자신을 옭아매고 의욕을 꺾기 시작했다. 이것은 기술로 극복할 수가 없는 부분이니 더 괴로웠다.


진정한 라이벌

“방수현은 근성이 없다.”, “방수현은 체력적으로 딸린다.”, “방수현은 운동선수로서 정신력이 강하지 못하다.” 수산티와의 경기에서 질 때마다 언론이 수현에게 쏟아내는 말들이다. 진 것도 서럽고 힘든데 언론의 무차별적인 폭격까지 받고 보면 수현의 가슴은 멍들대로 멍들었다. 수현에 대해 나쁜 기사가 날 때마다 사기가 꺾이고 운동이 잘 되지 않았다. 특히 채찍보다는 칭찬에 ‘더 잘해야지’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수현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럴수록 수산티를 만날 때마다 점차 더 끝도 없는 패배의식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래, 언론의 평가처럼 나는 수산티 콤플렉스가 있어. 수산티만 만나면 자신감이 없어져.’ 수산티와 경기장에서 만날 때마다 수현은 속으로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그리고 그 절망은 경기의 클라이맥스에서 악마의 속삭임처럼 어김없이 수현을 유혹한다.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아. 그런데 수산티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어. 그래, 과연 수산티는 너보다 한 수 위야.’, ‘아냐, 나도 수산티를 이길 수 있어. 내가 힘들면 수산티도 힘들어. 나와 같은 사람이니까.’, ‘너는 그렇게 스스로를 잘 모르겠니? 너는 체력이 약해. 곰처럼 튼튼한 체력과 여우같은 기교와 여유를 갖춘 수산티에게 적수가 못 되. 너는 역시 2인자야. 그리고 2인자가 어때서?’ 그렇게 조금씩 흔들리는 사이 수산티는 한발 한발 수현에게 일격을 가하여 팽팽하던 긴장의 고리를 끊어내고 만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정신적 균형감은 늘 초반에서 깨지고, 수현의 패배의식은 매 경기마다 점차 일찍 현실로 다가왔다. 보통 수현과 수산티의 경기에서 대부분 첫 게임은 수현이 퍼펙트로 이기고, 둘째 게임부터 4 : 0 이후에 묶이면 수산티는 계속 뛰고 수현은 결국 진이 다 빠져버린다. 그리고 셋째 게임에선 힘이 빠져서 볼이 보여도 못 치게 되는 것이다.
91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수현은 주목받는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할 때는 허리부상으로 운동을 쉬어서 훈련성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을 때라 주위에서나 수현 스스로도 4강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수현은 결승전까지 진출해 수산티와 재회하게 되었다. 비록 수산티에게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 경기로 수현에게는 금메달 못지않은 자신감이 생겼다. 어쩌면 수산티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내가 두려워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 유일하게 극복해야 할 상대라는 목표. 이때부터 수현은 다시금 자신에게 박차를 가했다.

다음호에 계속 연재됩니다.

< 저작권자 © 배드민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배드민턴데일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스포츠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아01662  |  등록일자 :2011.06.15.  |  발행일자 : 2011.02.11.  |  제호 : 배드민턴데일리  |  발행인·편집인 : 김기원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85길 46, 405호(서계동,서계빌딩)  |  대표전화 : 02)716-0020  |  팩스 : 02)716-00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기원
Copyright 2011 배드민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badminton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