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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천사 - 애틀란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선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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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12.22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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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라켓을 놓은 지 2개월 만에 다시 라켓을 잡은 수현. 수현의 가슴은 자신감과 기쁨으로 충만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실력차를 극복하기 위해 기초훈련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충만했던 자신감이 점점 사라져갈 때쯤 진성옥 코치 선생님과 아버지의 격려로 다시 한 번 일어서게 된다.

다시 잡은 기회

수현은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3개월 만에 결국 배드민턴 라켓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명길 선생님은 수현의 소극적인 행동과 달리 끈질기게 수현의 부모님을 설득했다. 수현의 감춰진 재능을 잘 키워주면 꼭 배드민턴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신명길 선생님의 믿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신명길 선생님의 집요한 설득은 개학을 해서도 계속되었다. 신 선생님과 더불어 교장선생님까지 수현의 부모님을 만나 수현이 배드민턴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어떤 말로도 그 성과를 얻을 수 없었던 신 선생님은 급기야 운동선수들만 따로 모아서 한 반을 만들고는 수현을 그 반에 배정하고 말았다. 수현의 어머니는 반 배정에 대한 불만을 심하게 표현했지만 신 선생님 역시 수현에 대한 애정으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수현은 5학년이 되어서도 체육관을 피해 멀리 돌아다녀야 했고, 선생님이 보이면 잠시 숨었다가 다시 가던 길을 가는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수현 자신도 배드민턴을 시작할 때 가졌던 확고한 감정과 자신감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동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의 행동에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같이 운동을 시작한 임호영과 지현미 등 친구들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내심 궁금했던 수현은 잠시 체육관을 들렀다. 이게 왠일인가! 방학 전에는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들은 어느 새,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훌쩍 성장해 있었다. 친구들이 겨울방학 내내 셔틀콕과 씨름해서 얻은 당연한 결과였다. 같은 시간을 피아노학원과 주산학원에서 보낸 수현은 샘이 생기고 괜스레 화가 났다. ‘나도 친구들만큼 아니 친구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후회는 후회일 뿐이었다. 흘러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배드민턴과 멀어질 줄로만 알았던 수현에게 배드민턴과 가까워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다. 바로 방수현 선수의 배드민턴 은사님 중 한 분인 진성옥 코치 선생님이 도신초등학교에 배드민턴 전문 코치로 온 것이었다. 2남 1녀 중 둘째로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여장부로 자란 수현은 젊은 여선생님에게서 정을 느꼈다. 언니가 없다는 수현의 상황은 진 선생님을 따르게 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 때부터 수현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체육관을 찾기 시작했다. 한 술 더 떠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운동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끼는 후배인 라경민(좌)과 김경란(우) 선수와 함께
친구들 따라잡기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찾은 체육관에서 수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 꼬마가 감당하기 힘든 훈련이었다. 또래 친구들과 벌어진 실력차 또한 수현을 힘들게 했다. 자업자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수현은 이토록 힘든 상황을 짊어지고서라도 배드민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기로 결심하고 기초훈련부터 다시 시작했다.
당시 도신초등학교에는 수현을 포함하여 7명의 선수들이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다. 임호영, 지현미를 비롯한 6명의 친구들은 짝을 지어 단식과 복식 연습을 하고 있었지만 실력이 떨어지는 수현은 운동장 한 구석에서 벽을 보며 손목 스냅 연습과 스텝 연습을 해야 했다. 비닐하우스로 지은 허름한 체육관은 다른 선수들의 연습공간으로도 부족했기 때문에 수현은 체육관 근처의 운동장으로 나와 구석에서 벽을 바라보며 라켓을 휘둘렀다.
배드민턴 라켓을 다시 잡을 때 수현의 심정은 뿌듯함이었다. 어린 마음에 무엇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정말 잘 할 자신 있어’라며 자신감에 충만한 수현에게 무서울 것은 없었다. 친구들을 따라잡으려면 친구들이 했던 것의 2배 아니 3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 힘든 ‘면벽수도’(방수현 선수는 그 때의 훈련을 이렇게 불렀다)를 견뎌냈다.
사람의 마음이 뜻한 바대로 움직이던가. 시간이 흐르면 자신도 친구들처럼 게임 정도는 거뜬히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력의 차이는 점점 커져만 가는 것 같았다.
수현이 자신감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고 느낀 진성옥 코치 선생님은 수현에게 있어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부모님의 반대로 배드민턴과 멀어질 인연에 있던 수현에게 배드민턴을 운명처럼 느끼게 가르쳐준 진 선생님이었다. 진 선생님은 수현에게 늘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나날이 성장하는 수현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현이 배드민턴으로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해준 또 다른 사람은 바로 아버지였다. 수현이 배드민턴하는 것을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반대했던 아버지가 수현의 편에 선 계기가 있었다. 5학년 2학기. 학교에서는 배드민턴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선수들의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의 능력과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서 학부모 초청 배드민턴 대회를 열었다. 그 대회에서 수현은 아버지와 한 팀이 되어 배드민턴 코트에 들어섰다. ‘20분을 뛰고 며칠을 힘들어했지만 딸과 함께 하는 운동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추억하는 수현의 아버지는 그 때부터 수현을 대견하게 여기며 어린 딸이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도록 후원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수현은이 대회를 계기로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운동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있어도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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