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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천사 - 애틀란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선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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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11.18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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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여자 스타 플레이어하면 망설임 없이 떠올리게 되는 선수는 방수현 선수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것만이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전부는 아니다. 방수현 선수가 ‘셔틀콕 천사’로 불리면서 세상에 알려진 그녀의 선행은 뭇 사람들의 무뎌진 가슴에 생동하는 열기를 불어 넣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선수를 은퇴하고 미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그녀이지만 아직도 그녀는 코트를 누비는 영원한 선수이다.
「월간 배드민턴」에서는 2004년 개최될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의 투지를 불사르고,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따뜻함을 전해 주기 위해 방수현 선수의 라이프 스토리를 연재한다. 방수현 선수의 화려한 영광 뒤에 가려진 쓰디 쓴 인내와 베풂과 나눔의 인정은 건조하고 메마른 삶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장작이 될 것이다.


1972년 9월 서울에서 태어난 방수현 선수는 이미 알려져 있듯 코미디언 방일수씨의 딸이다. 초등학교 4학년 가을 라켓을 처음 잡은 방수현은 마냥 운동이 좋았다. 어린 나이에도 강한 의지로 훈련에 임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심한 반대에 부딪히며 다시는 배드민턴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수녀를 꿈꾸던 아이

한 여인이 작은 연못가에서 서 있다. 바닥의 작은 돌, 물결에 살랑대는 풀잎 하나까지 들여다보이는 맑디맑은 연못이다. 그 여인은 연못의 맑은 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연못을 주시하고 있다. 햇살이 물결에 부서지는 모양이 하도 아름다워서 그 여인은 하염없이 서 있다. 그 때 갑자기 하늘에서 눈부시게 밝은 빛이 연못으로 쏟아지더니 연못 물 위에 황금빛 십자가가 그려지고 그 한 가운데서 탐스러운 비단 잉어 한 마리가 뛰어오르더니 그 여인 품으로 안긴다.

방수현 선수의 태몽이다. 배드민턴으로 최고의 영광에 오른 스타플레이어의 태몽치고는 소박하지만 연못 가운데 그려진 십자가는 그녀를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의 길로 인도했고, 영광의 자리에서 겸손함을 가지게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배드민턴 라켓을 잡기 전 방수현의 꿈은 수녀가 되는 것이었다. 청초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그녀다운 꿈이다. 주변에서도 수녀가 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 아니라 어린 수현 역시 가장 순결하고 가장 우아한 모습을 가진 여인이 수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방수현을 수녀가 아닌 배드민턴 선수로서의 삶으로 인도했고, 그 배드민턴은 최고가 되기 위한 혹독한 길을 예고하고 있었다.
수현은 둘째로 태어나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성장했다. 어린 수현은 수녀가 되기를 희망하는 착한 아이였지만 의외로 당돌한 모습을 가진 아이였다. 하루는 어떤 아주머니가 우는 아이를 앞장세우며 수현의 집을 찾았다. 수현에게 맞았다는 그 아이는 수현보다 큰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나이도 더 많아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수현의 어머니는 수현이 그 남자아이를 때렸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남자아이를 때린 아이는 분명 수현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그 남자아이는 수현의 오빠에게서 과자를 빼앗아먹었고 그에 대항하지 못하는 오빠를 괴롭혔다. 급기야 수현의 오빠는 울면서 집에 들어왔고 그 모습을 본 수현은 정의감에 불타오르며 그 길로 달려 나가 그 남자아이를 때려주고 온 것이었다. 이처럼 어렸을 적부터 당차고 강한 승부욕으로 무장되어 있던 수현이었다. 체격이 아무리 작아도 이기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었다. 그녀의 강한 집념과 오기는 한 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골목을 평정하며 가다듬은 그녀만의 노하우에서 생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드민턴 해보자?”
배드민턴으로의 입문을 권유한 신명길 교사(중)와 라경민 선수화 함께한 방수현씨
초등학교에서의 가장 큰 추억거리 중 하나인 운동회는 수현에게는 언제나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일 년을 내내 기다린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현에게는 신나는 것이 바로 운동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현은 작은 체구와 가녀린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빠른 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달리기 선수 명단의 한 줄을 차지하고 있었다.
도신초등학교 4학년 가을 운동회. 올림픽의 꽃이 마라톤이듯 운동회의 꽃은 선생님과 달리기 선수들이 함께하는 400미터 이어달리기다. 수현은 이 400미터 이어달리기의 4번 마무리 주자로 승부를 결판지어야 하는 무거운 자리에서 초조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자신의 차례. 흰 띠를 질끈 동여 맨 수현은 푸른 띠의 앞서가는 선수를 따라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응원소리가 수현의 다리를 결승점으로 재촉했다. 상대 선수를 뒤로 한 채 승리가 결정된 순간 어린 수현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가슴 벅찬 환희를 느꼈다. 비록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작은 승리였지만 마치 세상의 영웅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했었다고 방수현 선수는 회고한다.
이어달리기로 단숨에 당시 체육주임 선생님이었던 신명길 선생님의 눈에 띄었다. 신명길 선생님은 수현에게 “배드민턴 해보자!”라며 수현에게 적극적으로 배드민턴을 권했다. 하지만 수현은 선뜻 배드민턴을 하겠다고 나설 수 없었다. 바로 어머니 때문이었다. 당시의 부모들이 그랬듯이 공부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수현의 어머니는 운동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운동에 대해서만은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던 수현은 어머니에게만은 비밀로 하고 신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그렇게 어머니와의 숨바꼭질은 시작되었고 수현의 위험한 배드민턴 선수 활동은 계속 되었다.
처음 배드민턴을 시작할 때 서른 명이 넘었던 선수들은 고된 훈련이 거듭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배드민턴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갔고,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일곱 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 일곱 명 중 한 명이었던 수현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배드민턴을 하면서도 연습 한 번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기초체력 훈련과 손목 스냅연습, 스텝연습이 석 달이 흘렀다. 셔틀콕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강도 높은 훈련만 이어진 석 달이었다.


3개월간의 훈련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언젠가는 끝이 날 숨바꼭질이었기에 마음을 졸이고 있던 수현은 어머니에게 배드민턴을 하는 모습을 들켜버린 것이었다. 평소 깊은 신앙심으로 정직한 삶을 강조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수현에게 느끼는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공부를 해야 하는 수현이 운동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수현의 철없는 행동에 분개했다. 그날로 배드민턴 코트를 가려는 수현을 붙잡았다. 또한 항상 수현의 편에서 딸이 하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밀고 응원해 주었던 아버지까지 수현을 만류했다. 부모님의 반대는 가히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수현은 며칠을 울었는지 모른다. 어린 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의 마음 또한 편치 않았지만 수현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슬퍼하는 딸에게 다른 길을 제시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토록 배드민턴을 하고 싶던 수현이 배드민턴 코트장을 슬슬 피해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다. 석 달 동안 공 한번 쳐보지 못하고 기초연습만 했던 것이 수현 자신에게도 은근히 지겨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4학년 겨울방학. 같이 배드민턴을 시작한 친구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그 시간에 수현은 신 선생님의 방문과 전화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배드민턴과의 인연은 3개월로 끝난 듯 했다.

다음 호에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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