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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천사 - 애틀란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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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4.19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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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좌절

‘허리뼈 4번과 5번사이를 잇는 부분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6개월 이상 쉬든지, 당장 수술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운동을 계속하면 더 심각해져서 허리 디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89년 10월, 대표선수가 된지 10개월 만에 수현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쳐왔다. 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두고 훈련도중, 오른쪽 발과 다리에 통증과 마비가 온 것이다. 경희의료원 담당선생님의 그 한마디는 수현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운동이란 것은 일주일 훈련을 쉬면 회복하는데 그 배 이상의 시일이 걸린다. 그런데 6개월 이상을 쉬라니…. 그것은 수현에게 선수생활을 그만두라는 말과 같았다. 결국 수현은 당시 가장 큰 세계제전이었던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배드민턴을 포기하면 수현은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각종 부상도 잘 버텼고,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남들 공부하고 친구사귀는 동안 하고 싶은 것 다 참아가며 오직 운동에만 매달렸는데…. 그리고 가족들과의 따뜻한 저녁과 부모님의 사랑도 스스로 제쳐둔 지 벌써 몇 년인데, 이제와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면 수현은 알맹이는 모두 쏟아버리고 전혀 쓸모없는 허물만 남는것이 되버리는 것이다. 수현에겐 그 상황이 너무나 아프고 가혹한 형벌이었다. 수현의 앞을 막아선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꿈이기를, 얼른 깨어나야 할 가위눌림이기를 바랐다.
힘들어하는 수현에게 어머니는 ‘하느님이 너를 이 세상에 세워놓았는데 너를 버리겠느냐!‘라는 성경 한 구절을 보내주셨다. 수현의 선수생활을 그리도 반대하던 어머니가 이제는 포기하려는 수현에게 다시 일어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주신 것이다. 이 구절은 지금까지도 수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언제나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 아버지 역시도 수현을 위해 좋다는 한의원, 물리치료사, 침술원, 민간요법, 병원을 찾아다녔다. 그때의 수현은 아버지를 쫓아다니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정말 구세주처럼 만난 사람이 바로 스포츠 의학계의 권위자인 삼성의료원(당시 경찰병원)의 하권익 박사다. 그는 "수현양의 경우는 아지 ㄱ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니니까 허리 보강운동을 병행하면서 당장 다시 운동을 시작해도 좋아요."라며 절망에 빠진 수현에게 흔쾌히 재기를 확신시켜주었다. 심하면 신경을 잘못 건드려 다리가 저리가너 힘이 빠질 수 있는데 수현의 경우는 그 정도가 아니기에 계속 노력만 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망 뒤의 실낱같은 희망, 새로운 힘이 수현이 안에서 꿈틀거리고 일어서고 있다. "희망을 가져라.. 운동을 쉬어서는 안돼. 운동계에서 잠시 쉰다는 것은 은퇴를 뜻하는 거야. 어렵더라도 꾸준히 뛰면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틀림없이 좋아질 수 있어."라며 용기를 준 김연자 선수를 만난 것도 큰 행운이다. 김연자 선수가 소개한 곳에서 물리치료를 받은 것이 결정적으로 허리를 회복시켜주었다.

[위]김경란 선수와 함께 응원을 하며 [아래]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임우길 이사와 함께한 방수현씨
"아빠, 저 대표단에서
나갈래요."


치료 후 대표팀에 복귀한지 3개월만의 일이다. 몸이 아프거나 훈련이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대표팀복귀를 위해서 물리치료와 허리보강운동을 꾸준히 해오며 인내심있게 기다렸는데, 막상 대표팀에서 복귀하니 허리 부상 때문에 후보선수로 다른 선수들 물 떠다주고 수건을 가져다주는 일들을 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무대에서 각광받던 수현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감독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고 몸상태가 많이 회복된 수현은 이때부터 단식선수로의 길을 가게 되었다. 단·복식을 다 뛰느라 몸이 굉장히 지쳐있었는데 오직 단식에만 매달리게 되면서 한곳으로 모아진 수현의 실력은 급격히 성장했다. 6개우러 이상 제대로 훈련을 하지 않은 늘어진 몸을 강도 높은 훈련에 적응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허리의 통증을 항생제로 달래면서 지옥훈련을 견디고, 아침마다 ‘오늘은 아프다고 할까, 비라도 오면 훈련을 쉴 수 있을텐데‘하는 유혹의 나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정신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기쁨이 있었다. 훈련이 자신의 몸속으로, 뼈 속 마디마디로 스며드는 걸 느낄 때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을것 같은 절박함을 극복한 순간순간이 몸속의 근육처럼 차곡차곡 쌓여 지금까지 어려운 순간마다 수현을 지탱해주었다. 훈련을 극복한 후, 수현은 앞으로 어떤 힘든 일도 해낼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잉 생겼다.. 시합에서도 점차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고, 국제대회에서도 4강까지 오르는 등 좋은 결과를 얻었다. 몸도 거의 기적에 가깝게 좋아져서 그해 바로 IBF(국제배드민턴연맹) 랭킹 5위가 됐다. 사실 허리의 통증은 지금도 수현을 괴롭히고 있지만 다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할 수 없이 기뻤다.

다음호에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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