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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천사 - 애틀란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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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3.13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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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塞翁之馬)

진성옥 코치와 신명길 체육주임의 손을 거쳐 중학교에 진학한 수현은 선생님들의 조언에 따라 보약도 먹고 체력관리도 하며 중학교 생활을 보내, 키가 30cm도 넘게 자라 165cm가 되고 체력도 많이 좋아진 상태로 중학교를 졸업하였다. 졸업 후 서울체육고등학교로 진학한 수현은 체질에 맞지 않는 기숙사 생활과 선배들의 과도한 군기잡기로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게다가 초등학교 때 함께 운동하다가 영등포여중과 창덕여중으로 갈라졌던 친구들을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수현의 학교 적응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청소년 대표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활동했던 수현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은 튀는 아이였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시기와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고, 그로 인한 외로움은 학교생활 내내 그녀를 괴롭혔다. 한창 민감한 청소년기에 생긴 마음의 갈등과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수현은 운동이며 공부며 모든 것에 회의가 들었고,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늘 집에 가는 날만 기다릴 정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간 수현은 그때까지도 그녀의 운동선수 생활을 달가워하지 않던 어머니 앞에서 참아오던 울음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한 이후 혼자서만 앓아오던 자신의 고민을 어머니에게 모조리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동을 시작한 이후, 계속되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동을 해온 수현이기에 어머니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그러나 그때의 고통은 몸이 아프거나 경기가 잘 되지 않아 힘든 것 보다 더 큰 것이었기에 더 이상은 혼자 담아둘 수 가 없었다. 그날 밤 어머니와 밤새 이야기를 하면서 수현은 어머니가 언제까지나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또한 ‘미움 때문이 아니라 비슷비슷한 실력들이기 때문에 갖는 질투’라는 위로와 “그 애들이 경쟁심 때문에 너를 미워할 것 같으면 오히려 네가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라.”라는 어머니의 말은 지쳐있던 그녀에게 충분한 안식과 활력을 주었다. 그날 밤 이후로 어머니는 수현에게 따뜻하고 강력한 빛이 되어주었다. 방수현씨 자신도 그 당시를 회고하며 자신을 힘들게 했던 친구들이 지금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된 것, 그리고 그러한 견제로 인해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들을 보면 그때의 어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국가대표 김학균 코치와 그의 아내 임정아씨와 함께한 방수현씨
‘밥순이’ 방수현

중학교 3학년 때 청소년 대표로서 영국의 국가대표 선수인 문데이 선수를 2대 0으로 이긴 후, 수현은 고등학교 1학년 말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국가대표가 되어 주니어합숙에 들어가면서 학교 친구들과 떨어져 심적인 괴로움에선 벗어났지만, 대표선수가 됐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초보국가대표시절, 방수현선수가 외국에 나가 김밥만 말고 왔다면 과연 누가 믿을까? 외국에서 경기가 있을 때면 경기시작 며칠 전에 현지에 도착해서 피로회복과 컨디션 조절을 하며 경기준비를 한다. 지금은 외국에도 한국음식점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유럽쪽엔 한국음식점이 거의 없었기에 대개는 준비해간 재료로 음식을 직접 해먹었다.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단연 ‘김밥’. 휴대도 간편하고 먹기도 쉬웠기 때문인데 선수단 전체가 먹을 분량의 김밥을 싸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물론 경기 전에는 모든 선수들이 조를 짜 순서대로 음식을 하지만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식사당번은 초보들의 차지이다. 초보들의 첫 상대는 주로 상위시드를 받는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었기에 우연이라도 예선을 통과하기는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에 진 뒤에는 경기 중인 선수들을 대신하여 밥순이가 되어 엄청난 양의 김밥을 말아야했던 것이다. 국가대표가 된 뒤 1년 동안 예선탈락만 한 수현은 경기기간 내내 김밥만 말았고, ‘김밥말기’만 하다가 대표팀 옷을 벗어야 할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밥순이 생활이 지겨워서라도 하루라도 더 경기장에서 버티겠다는 오기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수현의 땀과 눈물의 양과 비례해 그녀가 싸는 김밥의 양은 점점 줄어들었고 후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수현이 더 이상 김밥을 쌀 일은 없었지만, 지금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 말아야 했던 ‘김밥의 교훈’은 늘 수현의 가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 어디에선가 김밥을 말고 있을지 모를 제 2, 제3의 방수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다음호에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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