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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천사 - 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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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1.16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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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승부사 되기

배드민턴에 매료된 아버지의 격려에 힘입은 수현은 어머니의 허락만 받으면 배드민턴에 전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년 동안 배드민턴을 했지만 여태껏 어머니의 허락이 없어서 언제나 늘 불안한 수현이었다. 아버지의 끝없는 설득은 마침내 어머니의 굳은 마음에 걸어진 빗장을 걷어내었다. 단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운동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할 것. 피아노와 주산학원을 빠지지 않고 할 것. 성적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 초등학생인 수현이 감당하기에는 누가 봐도 힘들고 어려운 조건들이었지만 수현은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오기가 발동하는 수현은 어려서부터 그렇게 철저한 승부사가 되기 위한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수업시간에는 공부에만, 체육관에서는 배드민턴에만 매진했다. 운동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는 친구들과 달리 수현은 피아노학원과 주산학원에 들러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갔다. 운동이 끝나고 나면 밀려오는 피곤을 뒤로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마쳐야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 때문에 소홀해진 공부는 일요일이나 따로 날을 잡아 보충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과 틈을 보이면 어머니가 당장이라도 운동을 그만두라고 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초등학생의 여린 몸으로 이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야 했던 수현은 어느 누구에게도 힘들다는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또한 배드민턴을 선택한 자신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피곤한 몸 때문에 자다가 일어나 우는 일이 태반이었다. 강도 높은 훈련과 기합은 수현의 몸을 지치게 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수현의 아픈 몸은 할머니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았다. 운동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다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이게 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자신의 육체적인 고통보다 열 배, 백 배 아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어머니가 배드민턴을 그만두게 하실까봐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수현은 운동을 시작하던 순간부터 모든 일을 철저히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고, 항상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래서 집에서는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했고, 해외 원정경기를 갔다 와서도 방에 눕기 전에 짐정리하고 빨래하는 것은 습관이 되었다.
방수현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했던 노력과 ‘무엇이든 해내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인 어려움들을 이겨내는 밑받침이 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배드민턴 선수가 된다는 것

초등학생이지만 선수라는 타이틀은 수현에게도 언제나 가슴 설레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학교 내에서는 선수 대접을 톡톡히 받는 수현이었다. 시합이라도 나가게 되면 교장선생님은 전교생을 운동장으로 불러 모아 격려 박수를 보내 주었다. 그렇게 출전한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조회 때 선수들을 연단으로 불러서 상패를 수여하고 전교생들이 축하의 박수를 치게 했다. 어린 나이에 여러 사람들의 격려의 대상이 되고, 박수를 받는 감격을 맞본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방수현 선수는 그 감격을 맞본 몇 없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배드민턴 선수라는 거창한 이름을 뒤에 달고 다닌 수현에게 더욱 좋았던 것은 어른들도 마음대로 나가기 힘든 외국으로 원정경기를 가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외국의 배드민턴 세계는 그녀에게 부푼 꿈을 안겨주었다. 언젠가는 세계 최고의 배드민턴 선수가 되어 모든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꿈을 꾸는 수현이었다.

대교눈높이 서명원감독(우)과 박제수 과장(좌)
엇갈린 길

수현이 배드민턴으로 대성할 것을 굳게 믿고 있었던 진성옥(당시 방수현 선수의 배드민턴 코치) 코치 선생님은 그녀에게 있어 정신적인 지주와 다름없었다. 진성옥 코치 선생님은 국가대표 선수였고, 일본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을 정도로 훌륭한 배드민턴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안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지도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 선생님은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동안 도신초등학교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기간에 수현을 만난 것이었다. 수현이 어머니의 반대에도 무릎 쓰고 운동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진 선생님은 수현이 힘들어할 때마다 늘 용기를 주었고, 수현의 어머니에게는 희망을 주는 특별한 선생님이었다.
진성옥 코치 선생님은 수현의 기량이 다른 선수들과 같은 수준을 유지시키기 위해, 어린 몸이지만 강한 선수로 키우기 위해 언제나 수현의 연습파트너를 자처했다. 수현이 단식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재목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서였을까. 진 선생님은 수현에게 단식선수가 가져야 할 것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수현의 친구들 사이에서 ‘진성옥 코치 선생님이 수현을 편애한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수현과 친구들의 관계는 서먹해져갔다. 실력이 월등히 떨어지는 수현에게는 연습상대가 필요했고, 단식선수의 자질이 보여서 가르쳤던 것이었을 뿐인데, 다른 선수들은 복식선수로 키우고 싶은 뜻이었는데 이것이 오해의 불씨가 되었다. 심지어 수현의 아버지가 코미디언이라는 이유로 수현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이라는 소문도 퍼지기도 했다. 수현은 억울했다. 좋아서 시작한 운동을 하는데 이런 걸림돌이 있을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함께 나누었던 기쁨과 눈물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이런 서먹한 감정은 중학교를 선택해야하는 시점까지 이어졌다. 진성옥 선생님은 당시 도신초등학교의 선수들에게 영등포여중을 추천해주었지만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임호영은 영등포여중이 아닌 창덕여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단단히 엇갈려 버린 친구와의 사이가 방수현 선수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수현에게 엇갈린 친구와의 사이만큼이나 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바로 진성옥 선생님이 정식 체육교사가 되어 창덕여중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었다. 존경하고 잘 따르던 진 선생님이 다른 학교의 선생님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고, 할 수만 있다면 영등포여중으로의 입학을 취소하고 싶었다. 이미 엇갈린 길에 들어선 수현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런 수현에게 또 하나의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어머니와의 약속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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