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전초전인 별들의 전쟁에서 정상에 오른 세계 최고의 남자복식조 정재성·이용대조의 우승 스토리.

                                                                                                    글·사진 김홍경 기자

2012 DJARUM 인도네시아오픈배드민턴슈퍼시리즈프리미어가 지난 6월 12일부터 17일까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스나얀, 이스토라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런던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슈퍼시리즈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비롯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대회로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리허설 무대였다.

정재성·이용대조는 이런 중요한 대회에서 덴마크의 마티아스보에·카르텐모겐센(세계랭킹3위)조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정재성·이용대조에게 2012년은 매우 중요한 해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세계랭킹 3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그들의 기량은 금메달 후보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남자복식 1회전에서 라스파스케-요나스라스무센(덴마크, 세계랭킹 7위)조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16강전 탈락이라는 충격에 빠졌다.
한 TV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정재성 선수는 “지금까지 운동하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경기가 끝나고 정말 많이 울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말했다.

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기간동안 부상은 정재성·이용대조의 뒤를 따라다녔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용대 선수는 팔꿈치와 어깨등의 통증을 겪었다. 2010년 코리아오픈에서는 혼합복식에서 1회전 탈락을 하는 등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기량을 펼치기 힘들었다.
정재성 선수는 2012년 첫 국제대회인 VICTOR코리아오픈배드민턴슈퍼시리즈프리미어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깨와 정강이의 부상으로 대회 8강에서 기권을 생각할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또한 인디아오픈슈퍼시리즈에서는 허리 부상 때문에 32강전에서 기권했다.

이렇게 최고의 몸을 유지해야 할 때에 부상이라는 벽에 막히게 된 정재성·이용대조. 하지만 그들은 부상을 딛고 2012 DJARUM 인도네시아오픈배드민턴슈퍼시리즈프리미어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정재성의 강력한 스매시는 다시금 살아나 상대의 코트에 꽂혔고, 이용대의 네트플레이와 드라이브늠 상대 코트의 빈 공간에 작렬했다.

정재성·이용대조는 이번 대회에서 2번 시드를 받았다. 32강전에서 정재성·이용대조는 카와마에나오키·사토쇼지(일본)조를 2-0으로 누르고 산뜻한 출발을 했다. 이어진 16강전에서 중국의 신예 홍웨이·쉔예(세계랭킹 10위)를 누른 인도네시아가의 기드온마커스페르날디·아그리피나라만토푸트라(세계랭킹 31위)를 일방적인 응원속에서도 2-1로 누르며 8강에 오른다.

8강전의 상대는 말레이시아의 티엔하우훈·위키옹탄조를 2-0으로 가볍게 누른 정재성·이용대조의 준결승 상대는 인도네시아의 강호 마르키스키도·헨드라세티아완조였다. 키도·세티아완조는 베이징올림픽, 광저우아시안게임 연속 금메달을 따낸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복식조이다.

정재성·이용대조는 경기 초반 키도·세티아완조의 강력한 스매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1게임을 아쉽게 내주었다. 하지만 2게임부터 이용대의 네트플레이가 살아나며 흐름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이용대가 네트에서 플레이의 숨통을 틔워주자 정재성의 후위도 살아났다. 빠른 로테이션으로 공격을 이어간 정재성·이용대조는 결국 2-1(14:21, 21:17, 21:15)로 승리하며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팀은 덴마크의 강자 마티아스보에·카르텐모겐센조였다. 보에·모겐센조는 말레이시아의 최강 원투펀치를 자랑하는 탄분형·쿠킨킷조를 압도적인 점수차로 누르고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은 혈투였다. 정재성·이용대조는 1게임 초반부터 보에·모겐센조의 빠른 반스매시와 네트플레이에 고전하며 따라가는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1게임 후반 집중력을 발휘해 극적인 역전승을 이룬다. 이어진 2게임에도 흐름은 이어져 정재성·이용대조가 리드하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17점에서 정재성·이용대조의 점수가 멈춰있는 사이 보에·모겐센조가 6점을 내리 따내며 흐름을 뒤집고 2게임을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보에·모겐센조의 플레이는 정재성·이용대조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정재성·이용대조는 남은 3게임 내내 강력한 공격을 몰아치며 21:11로 대회 우승을 결정지었다.

대회 우승 직후 정재성·이용대조와의 즐거운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언론들은 정재성·이용대조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경기에 대한 질문부터 개인적인 질문 등 정재성·이용대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Q. 멋진 경기를 펼치고 우승을 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A. 정재성 :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로 우승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 선수들 사이에서 우승을 한다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지금의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Q. 1게임에서 역전승에 성공했는데, 2게임에서는 역전패를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A. 이용대 : 우리가 2게임 중반 많이 앞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미스가 좀 있었는데, 그때 흐름이 덴마크조에게 넘어간 것 같다. 하지만 위축되지 않고 우리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펼쳤고, 그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Q. 작년 인도네시아오픈에서는 인도네시아 주니어대표(앙가프라타마·리안아궁사푸트라조)에게 진 적이 있는데, 인도네시아 복식조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A. 이용대 : 작년에 그 선수들이 워낙 신인이고 상대의 약점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졌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그 선수들과 자주 경기를 하고 있지만, 이제는 지지 않는다(웃음).
인도네시아의 복식은 항상 강하다. 한국 복식의 가장 큰 라이벌이기도 하다.
어린 선수들은 발전 가능성이 크고 풍부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선수들은 항상 경계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중국과 함께 가장 큰 라이벌로 꼽고 있다.

Q. 오늘 경기를 했던 덴마크의 보에·모겐센조와 준결승에서 경기를 했던 인도네시아의 키도·세티아완조 중 어느 조가 더 까다로웠나?
A.정재성 :　키도·세티아완조는 예전부터 껄끄럽고 어려운 상대다. 세티아완 선수는 전위플레이가 좋고, 키도 선수는 후위가 좋다. 특히 1, 2, 3구의 초구 처리가 아주 훌륭하고 손목이 좋다. 덴마크의 선수들은 장신에 컨트롤이 뛰어나다.
서로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어렵다라고 쉽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인도네시아가 조금 더 까다로운 상대이다.

Q. 인도네시아에는 이용대 선수의 서포터즈가 많이 있다. 느낌이 어떤가?
A. 이용대 : 다른 나라에서 이 정도의 응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알아보시는 분들은 좀 있지만 인도네시아처럼 열정적인 응원을 해주는 나라는 없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한민국!’하면서 응원도 해주어서 오늘 경기에서도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Q. 정재성 선수는 이런 이용대 선수의 인기가 부럽지 않은가?
A. 정재성 : 기회가 되면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싶다(웃음). 인도네시아 팬들의 응원과 배드민턴에 대한 열기는 항상 부럽다.

Q.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는 누구인가?
A. 정재성 : 모든 아이돌 가수를 좋아한다. 상무에 다녀와서 그런 것 같다(웃음). 한 팀을 꼽자면 역시 소녀시대다.
   이용대 : 아무래도 소녀시대가 가장 좋은 것 같다.

Q. 올림픽이 이제 한달 남았는데 준비과정이 궁금하고, 부담은 없는지?
A. 이용대 : 재성이형과 내가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어 부담은 조금 된다. 하지만 좋은 시드를 받았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선수들이 우리에게 느낄 부담감을 잘 이용한다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을 앞둔 시험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